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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TP 리뷰 1]EU의 USB-C 의무화, 충전단자 통일 기폭제 될까?
- 작성일2022/06/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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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유럽연합(EU)은 USB-C 타입으로 모바일기기 충전규격 통일을 의결했다. 다양한 규격 혼재로 인한 소비자 불편과 경제 부담, 그리고 환경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 최종 승인이 완료되면 EU로 수출되는 대다수 모바일기기는 2년 후부터 USB-C로 통일해야 한다. 스마트워치 등 크기가 작아 적용이 어려운 제품은 제외했고 공통 충전솔루션 구현에 시간이 필요한 노트북은 40개월 후부터 적용된다.
◇휴대폰 발전과 궤를 같이해 온 충전단자 표준 역사
충전단자의 세계 최초 표준 제정은 우리나라 몫이었다. 2001년 3월 TTA 24핀을 국내 표준으로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2005~2006년 무렵 휴대폰 슬림화가 본격화되면서 보다 얇은 단자가 필요해지자 제조사들은 독자 단자를 적용하며 변환젠더를 제공하는 과도기를 거쳤고 2007년 11월 더 작고 얇은 TTA 20핀으로 국내 표준이 대체됐다. USB(Universal Serial Bus)는 애초 PC와 외부장치와의 고속데이터 연결이 주 기능이었지만 2007년 마이크로USB 단자와 'USB 배터리 차징 1.0'이 발표됨에 따라 충전용 USB 시대가 열리게 됐다. 2010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충전단자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했는데 한국, 중국, EU가 강력하게 지지한 TTA(20핀), 미니 USB(2핀), 마이크로USB(5핀)가 복수 표준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 피처폰 몰락과 스마트폰 시대 본격 개화는 마이크로USB로 통일을 촉진했고 ITU도 2014년부터 마이크로USB로 일원화할 것을 권고했다. 2015년 USB-IF(USB 사용자포럼)가 앞뒤 구분 없고 소형화된 USB-C를 발표한 이후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휴대용 전자기기는 USB-C로 통일된 상태다. 2012년부터 아이폰 등 핵심제품에 라이트닝 8핀을 적용하고 있는 애플도 2015년부터 맥북 제품군에, 2018년부터 아이패드 일부 모델에 USB-C를 적용하고 있다. USB-C는 2021년 3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표준으로 채택됐으며 올해 안에 전력공급 최대치를 100와트(W)에서 240W로 확대하는 표준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브뤼셀 효과, 충전단자에도 적용될지 주목
EU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모델 조정을 가져왔듯 이번 EU 충전단자 규제 결정이 EU를 넘어 전 세계로 영향력이 확산하는 소위 '브뤼셀 효과'가 주목된다. EU 결정 일주일 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상무부에 모바일 장치의 충전단자 통합 표준 도입을 촉구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의원들은 애플의 독자 규격 충전기가 불필요한 전자 폐기물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재정 부담을 준다고 주장하며 EU가 '공익을 위해 현명하게 행동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선 5월 31일 우리나라 국가기술표준원은 8월 USB-C를 국가표준(KS)으로 제정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 확산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을 10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부응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수 제품에 USB-C를 이미 적용하고 있으나 국제표준화 동향에 맞춰 적용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며 SK매직은 대형 가전제품 특성상 USB 단자는 없으나 200W 미만에 대해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아직 EU와 동일한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데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특수성을 고려해 북아일랜드를 EU에 남겨둔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라 북아일랜드에서는 USB-C 의무화가 적용될 전망이다.
◇애플 향후 행보에 관심 집중
애플은 일부 제품에 USB-C를 탑재했지만 아이폰에는 여전히 라이트닝(8핀)을 사용 중이다. 애플은 EU의 이번 조치가 혁신을 저해해 시장 다양성이 사라지고 라이트닝 폐기물을 양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라이트닝이 상대적으로 충전 및 전송 속도가 느리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USB-C로의 전환에 소극적인 이유는 주변기기 제조업체에 호환 인증을 하고 수익을 얻는 MFi(Made For iPhone) 제도도 일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거대 변화에 직면한 애플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애플 전문매체인 나인투파이브맥(6.14)은 아이패드 시리즈 중 아직 USB-C가 적용되지 않은 최저가 모델에도 조만간 탑재될 것으로 애플 전문가인 대만 궈밍치는 2023년 출시될 아이폰 15에 USB-C 탑재를 최근 예견했다. 한편 애플은 자사 제품들이 서로를 무선 충전할 수 있는 다중장치 충전기를 개발하는 등 무선 충전에 공을 들이고 있어 전면 무선 충전으로 조기 이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EU는 이번 조치로 EU 내에서만 불필요한 충전기 구매에 지출되는 연 2억5000만유로(약 3356억원)와 매년 폐기물 1만1000톤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글로벌 효과는 브뤼셀 효과에 비례할 것이다. 차별화된 혁신으로 새 장을 열고 파이를 키워 온 애플이 어떤 묘수로 대응할지 예의 주시하며 ESG를 화두로 새로이 대두될 다양한 이슈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
기사출저: 전자신문(https://www.etnews.com/20220624000048)
연관기사: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6/537159/): "아이폰15부터 USB-C 채택?" EU 이어 미국도 충전단자 통일 촉구…애플 사면초가